아이 손바닥을 때렸다
우리 반 아이들을 착하다
다른 반 선생님께는 그 반 아이들이 착하겠지만
어찌됬든 나에게는 우리반 애들이 완전 천사요 보물이다
5학년임에도 불구하고 애들이 순진하고 활달하기가 2학년 못지 않고, 적극성이 다른 반에 비해 유별나서
야영을 간다거나 하면 다른 반 애들은 조용히 구경하거나 심심해하거나 하는 것에 비해 우리 반은 들러싸서 난리다..
다른반이 장기자랑할때 그 아래 가서 군인아저씨처럼 박수치고 춤추질않나...--; 그런데 정작 지들 차례에는 수줍어서 제대로 하지도 못한다 ㅎㅎㅎㅎ
조금만 잘한다~해주면 1학년 마냥 신이나서 벌테처럼 구는데 완급 조절을 안해주면 도때기시장처럼 되어버린다.(특히 남자애들. 우리반은 분위기를 남자애들이 리드한다.)

그런데 우리 반 애들에게 단점이 있다면 내가 너무 오냐오냐 키워서 그런지 하는 짓들이 애기같다는 것이다=_=
이놈생키들.. 난 니들 엄마가 아니야.. 집에서 하는 그대로 하지마..

저학년을 맡을 때는 애들이 말이 안통하니까 정말 하는 수 없이 매를 들 때도 있었지만
고학년을 맡으니 아이들이 말이 통해서 그런지 말로 조곤조곤 설득하면 아이들은 다 따라온다.
3월 한 달은 큰 소리를 지르거나 꾸중을 한 적도 없을 정도로 우리 반은 평화로웠다.
4월도 거의 그랬다. 전학생이 한 명 오기 전까지는... 그 애는 내가 우리 반을 장악한 후에 와서 장악당하는 과정을 겪지 못했기 때문에 분위기와 나의 아이들 다루는 방식에 적응을 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렸다. (상담을 연속 4시간이나 했음--;)
그리고 그 애가 온 이후로 반이 달라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산만해지고 있다..싸움이 생기고 있다..ㅜ 그래도 그 아이는 처음 왔을 때보다 굉장히 나아져서 내가 바라는 모습대로 천천히 변해가고 있다.

하지만 어쨌든 내 목소리도 커지고.. 훈계시간도 늘어나고.. 5월에는 다같이 엎드려뻗쳐를 2분이나 했다=_=;(옆반에 비하면 약과요...그래도 나에겐 내 결심을 무너트린 눈물나는 사건이었다)
어떤 아이는 선생님께 하고 싶은 말을 쓸 때 "화가 날때는 화 내주시기 바랍니다."라고 쓴 적도 있었다...
어떤 엄마는 "우리 애가 말하길 선생님은 너무 참기만 한대요. 하루 종일 참고만 있는다고.."

오늘은 그동안 아이들에게 더이상 공수표를 날릴 수 없어서 두 명의 아이 손바닥을 한 대씩 때렸다.

아이들에게 말하던 대로 '선생님은 때리는 것도, 욕하는 것도 싫다. 한 번 시작하면 두 번째는 더 쉽기 때문이다. 그래서 몇 번이고 참지만 할 때는 인정사정 안봐준다."라는 말 그대로 아주 훽 소리가 나게 한대씩 쳤다.

둘다 절대 미운 아이도 아니고.. 하지만 다른 모든 아이들의 선생님의 공수표에 움츠려서 미적거리던 과제를 우다다다하는 동안 그 둘은 뭘 해볼 생각도 안하고 있었다.
더 이상은 우리 선생님은 마음이 약해서 절대 안때려~ 벌도 안줘~ 라는 말을 하게 할 수 없었다. 그것을 이용하여 빈둥거리는 아이들이 생기고 있기 때문에..

나중에 두명을 불러 손바닥을 만져 보았는데 가슴이 너무 아려왔다.
작년에 가연이를 때렸을 때 그 애를 붙잡고 얼마나 울었었는지.. 끝내 고치질 못한 그 아이의 나쁜 버릇에 내가 얼마나 좌절했었는지...
그래도 가연이는 나를 엄마라고 불렀고, 나를 찾아오고, 나에게 안긴다.
교사가 어떤 마음으로 자신을 때렸는지 알고, 자신이 잘못한 것이 확실하다면 아이는 불만을 갖지 않는다.
그래도 마음으로 다스리고 싶은, 외부의 압력이 아닌 내면에서 변화하길 바라는 나의 교육적 신념에는 자꾸 상처가 간다.

아이들에게 첫날 말했던 대로..

선생님이 화날 때 목소리가 커지면, 너희들도 화날 때 큰 목소리로 싸울것이고
선생님이 화날 때 때린다면, 너희들도 친구를 때릴 것이다.
나쁜 말을 쓰고, 화를 낼 때 그 순간 자신의 얼굴을 보아라. 절대 멋진 얼굴이 아니다.
그런 얼굴을 자주 하면 나도 모르게 점점 못생겨지지 않겠니..
너희들도 마찬가지야. 사람은 말을 만들었지만, 말 또한 사람을 만드는거야.
선생님은 너희들에게 좋은 말을 해 주고, 상냥하고 부드럽게 말하고 싶어.
그것을 여러분을 위한 것이기도 하고, 나 자신을 위한 것이기도 해.

지키고 싶다. 정말. 방학이 오기 전까지 더 이상 슬픈 일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by 디도 | 2009/06/30 21:27 | about+Diary | 트랙백 | 덧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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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Run192Km at 2009/06/30 22:07
괜히 훈훈하네요.
울 선생님은 발바닥 안 때리고 손바닥만 때리는 착한 선생님임 할지도 모르겠습니다..확률은 적을지도..(-ㅅ-);;;
Commented by 엘체이 at 2009/06/30 22:17
굉장히 예전부터 찾아오곤 했는데,, 2년 정도 안 왔더니 이제는 선생님 하시는 군요! 친구 중에도 교대 나와서 지금 2년차 선생님인 애가 있는데 작년에 6학년 담임 할 때 아이들이랑 싸우느라고 늘 장난 아니었죠.. 디도님께서 쓰신 글이랑 친구가 저한테 주절거리는 말이랑 왠지 느낌이 많이 비슷한 거 같아요. 힘내시고요. 앞으로 종종 찾아올게요!
Commented by 후라이드반 at 2009/07/08 08:33
음... 난 요즘 애들 잘 받아주다가 가끔 떠드는 애들 있으면 나직한 카리스마로 협박을..
뭐 그래도 소리지르는 일이 더 많긴 하지만..
방학전이라 애들이 들떠서 학원은 힘들다오ㅠㅠ
중학생 시험도 힘이 들지만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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